시골 장독대 같은 '신촌' 브랜드가 그립다

입력 2015-08-17 15:37   수정 2015-08-17 15:43

<p>[QOMPASS뉴스=장병인 기자] 신촌은 문화가 있는 마을이다.</p>

<p>지역적으로는 크게 연세대와 이화여대, 서강대가 둥지를 튼 신촌로터리와 그 오른편에 자리한 동교동을 지나 휘돌아나가면 자유로운 예술 분위기를 중심으로 한 홍대앞 문화가 형성돼 있다.</p>

<p>이렇게 형성된 신촌은 70~80년대부터 대학문화의 상징이었다. 대학로는 혜화동에 있지만 실질적인 대학문화의 중심은 이곳이었다. 그러다보니 심심찮게 대학로를 신촌으로 옮기자는 말마저 나오기도 했다.</p>

<p>밀레니엄인 2000년도 어느덧 15년전 일이 되었다. 요즘 사람들은 신촌 근방에서 놀고 즐기고 먹는 문화를 '홍대앞'이라고 부른다. 이 이름이 가진 힘은 블랙홀처럼 크고 놀라워 동네먹거리란 먹거리 문화는 죄다 빨아들이며 팽창일로를 걸어왔다.</p>

<p>'홍대앞'은 홍대 정문 앞을 기점으로 상수동, 하수동, 서교동, 합정동, 연남동, 망원동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. 신촌은 물론이고 서울의 놀거리 문화를 상징하는 언어 그 자체가 된 것이다.</p>

<p>'빈익빈부익부'(貧益貧富益富)란 단어가 딱들어맞는 곳이 여기가 아닐 듯 싶다. 홍대앞은 커져만 가고 신촌은 놀거리 문화의 모든 에너지를 홍대앞에 빼았겨 버린 상태다. 당연히 신촌과 이대 앞 상권은 동력을 잃고 메말라 가고 있다.</p>

<p>나날이 척박해가는 연대 앞 거리를 문화의 거??지정해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꾸준하게 치르며 과거 신촌의 영화를 되찾으려는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.</p>

<p>하지만 우리는 신촌과 홍대의 문화 진화를 바라보면서 지역과 공간에 대한 가치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끔 생각해봐야 할 시점에 섰다.</p>

<p>'홍대앞' 문화가 서울에서 가장 핫한 문화공간이 된 것은 '강남역'이라는 지리적 특징의 공간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.</p>

<p>먼저, 서울에서 예술과 젊음이란 개념이 혼재된 지역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.</p>

<p>밤마다 클럽에서 연주를 하고 구석구석이 감성과 예술적 흔적들이 산재되어 있는 곳이 홍대앞 문화다. 홍익대 미대란 상징성을 바탕으로 수십년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문화적 공간은 다른 지역과는 뚜렷하게 차별화된 공간 브랜드이다.</p>

<p>공간은 물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. 하지만 '홍대앞'이란 브랜드처럼 문화적 개성과 긴 시간동안 사람들의 경험이 얼버무려져 형성된 공간 브랜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. 물리적인 힘만으로는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.</p>

<p>지난 7월24일 신촌에서 물총 페스티벌이 열렸다. 성황리에 축제는 끝을 맺었고 사람들은 즐거워 했다. 그런데 대체 신촌과 물총과는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.</p>

<p>공간 브랜드는 공간이 갖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확장하고 특화시켜야 한다. 단지 사람들이 모이고 흥겨워한다고 해서 공간 브랜드가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. 그런 의미에서 신촌의 물총 축제는 스스로의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치르는 지역행사일 뿐이다.</p>

<p>이제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.</p>

<p>일본의 '유후인'은 1만2천명이 사는 작은 도시지만 해마다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인기 관광마을이다.</p>

<p>특별한 대형 시설이나 자연관광 자원이 없는 작은 마을이 어떻게 잘나가는 관광지가 되었을까. 유후인의 마을관광 사업은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남겨준다.</p>

▲ 일본 유후인 마을 풍경(사진=QOMPASS뉴스)
<p>유후인은 남과 다른 자신만의 포인트를 상품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. 살기 좋은 마을이 최고의 관광자원이라는 것이다.</p>

<p>유후인 사람들이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삼은 것은 역설적으로 '인정'(人情)이란 단어다. 다른 지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차별화 포인트다.</p>

<p>오래된 마을의 특징을 지키기 위해 큰 건물이나 풍광을 해치는 건물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기존의 마을환경과 어우러지는 건축물과 마을 조경, 그리고 디자인 요소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마을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.</p>

<p>이것이 이 마을의 경쟁력이다. 오래된 마을은 냄새가 나는 곳이 아닌 따뜻하고 정겨운 마을로 되살아났고 사라지고 말았을 것 같은 과거의 흔적들은 타임머신을 타듯 현대화되어 살아났다.</p>

<p>특별한 자원이 없던 유후인은 다른 곳에는 없는 오래된 도시를 경쟁력으로 승화시켜 남과 다른 차별점을 발견하는 'only one'(唯一無二) 전략으로 성공했다.</p>

<p>이제 우리나라, 우리 마을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차례다.</p>

<p>과거 우리는 지역 브랜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것은 부수고 새 것을 지어서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정책을 펴왔다.</p>

<p>수백 년 동안 쌓아온 흔적은 사라졌고 공간 속에 묻어있던 스토리는 전설처럼 문헌상으로만 남게 되었다.</p>

<p>오래된 미래를 무시한 지역의 스토리와 콘텐츠는 개발과 행정의 관점에서만 다뤄졌다. 이렇게 급조된 지역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리 만무하다.</p>

▲ 신촌 물총축제(왼쪽)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투어 장면(사진=QOMPASS뉴스)
<p>신촌은 대한민국의 명문 대학들이 자리하고 있고 그 역사도 100년이 훌쩍 넘는 곳이다. 물총 축제로 젊은이들이 뒤엉켜 흠뻑 젖는 재미도 좋겠지만 이제는 100년 역사의 대학 문화에 어울리는 스토리와 비전으로 관심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.</p>

<p>수많은 인재들이 배출된 가고 싶은 대학교들. 엄마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신촌 거리를 거닐면서 미래의 꿈을 나눌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공간 브랜드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신촌에서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.</p>

<p>광복 70주년을 맞아 온ざ箚?떠들석하다. 새 것도 중요하지만 잊어서는 안될 자랑스런 스토리를 친정집 장독대처럼 꺼내들 수 있는 그런 멋진 내 고장 '신촌'의 브랜드를 보고 싶다. 아니 만들고 싶다.</p>

<p>*장병인 기자는 홍익대 미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한겨레신문과 중앙일보, 동아일보의 신문편집 디자인 작업을 해왔습니다. 지금은 하우컨설팅 대표로 지역과 공간, 사람들의 브랜딩을 컨설팅하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디자인을 접목하고 있습니다. 기자보다는 '디자인디렉터'로 불리기 좋아하는 그는 QOMPASS뉴스 총괄 디자인 책임자입니다. 가끔씩 이곳에서 사달난 그의 브랜드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. '장병인의 브랜드 이야기'가 그것입니다.</p>



장병인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zzang@qompass.co.kr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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